면접도 본질적으로는 낯선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입니다. 꼭 면접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많은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다보면 처음 만나 대화를 하는 사이인데도 편하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죠. 경력직 면접에서 지원자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바로 면접도 이런 대화라는 것입니다. 면접은 면접관 입장에서도 낯선 지원자를 만나 한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어떤 지원자와는 한시간이 10분처럼 느껴지는 반면, 어떤 지원자는 20분도 2시간처럼 느껴집니다. 면접관 입장에서도 면접을 끝내고 나면 ‘이 지원자와는 대화가 잘 통한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럼 반대로 어떤 지원자들과 대화를 하고 나면 대화가 안 통한다고 느낄까요? 어떤 지원자를 만나면 20분이 2시간처럼 느껴질까요? 보통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 지원자들과 이야기를 하면 면접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고, 대화도 잘 안통하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1) 과도하게 긴장하는 지원자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만났던 일잘러들을 생각해 보세요. 일잘러는 보통 긴장하지 않습니다. 과도한 긴장은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면접에서의 긴장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한 말이지만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입니다. 예상 질문을 미리 생각해 보고 답변 키워드들과 구조를 미리 정리합시다.
물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말로도 긴장을 한순간에 풀 수는 없다는 것을요. 그래도 ‘면접은 맞고 틀린 것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편하게 주고 받는 대화다’라고 생각하고 최면을 걸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면접에서의 질문에는 대부분 답이 정해져 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면접은 누가 맞고 틀린지를 평가하는 자리도 아니에요. 면접의 질문은 대부분 지원자의 생각과 경험을 묻는 것이니, 여러분 우리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말해요. 서로의 관점은 다를 수 있으나 면접에서 틀린 대답은 없으니까요.
2) 표정과 리액션이 없는 지원자
위와 반대로 이런 지원자들은 듣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이런 사람들은 꼭 면접이 아니더라도 벽을 보고 이야기 하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면접관으로 이런 지원자를 만나게 되면 내가 한 질문이 잘못되었는지, 질문이 불쾌했던 것인지와 같은 불필요한 걱정을 하게 되어 지원자와의 대화에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이런 지원자를 만나면 지원자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면접관은 과도한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이는 마치 두괄식으로 단순하게 말하지 않고 미괄식으로 장황하게 말하는 사람과 비슷해요. 상대방이 지금 내 말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 비슷한 생각인지 다른 생각인지, 면접관 스스로 집중하여 계속 알아내야 해요. 그러니 지원자 여러분, 면접에서 많이 웃고 면접관의 말에도 많이 호응해 줍시다. 면접에서 웃으면서 이야기 해도 돼요. 지원자가 웃으면 면접관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과도하게 진지한 사람보다 웃고 호응해 주는 사람과 편안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3) 암기한 듯 말하는 지원자
요즘 비대면으로 면접을 많이 하다보니 스크립트를 미리 적어 놓고 해당 질문이 나오면 스크립트를 보고 그대로 읽는 지원자들이 특히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런 지원자는 아마 면접관이 그걸 눈치채지 못하리라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답변을 3초만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지원자를 만나면 면접관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1분짜리 자기 소개도 대본을 적고 읽는데, 우리 회사에서 1시간 짜리 미팅을 이끌 수 있을까?’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답변을 준비하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줄 글로 스크립트를 적어 답변을 준비하기 보다는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답변할지’와 ‘전체 답변의 구조와 순서를 어떻게 잡을지’ 정도만 면접 준비 과정에서 미리 생각해 놓고 실제 답변은 면접 현장에서의 맥락과 상황에 맞게 그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자연스러운 답변은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