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커리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커리어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내가 앞으로 풀 문제를 정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수 많은 문제 중에서 어떤 문제를 계속 풀어볼지 결정하는 것이예요. 삶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회사에서 일하면서 문제를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생과 회사 생활은 모두 문제의 연속에 가까워요.
하지만 문제를 푼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매우 힘듭니다.
수비수의 견제와, 비탈길의 중력과,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과, 극도로 절제된 생활이라는 문제를 푸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 처럼요.
그런데 회사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푸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뉴스레터에서도 말한 것처럼 커리어는 결국 문제 해결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어떤 문제를 풀지 결정하는 일은 당분간의 나의 성장과 커리어의 방향성 또한 결정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를 기대하게 되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려요.
우리가 기대하는 ‘재미’는 대부분의 경우 ‘결과’에 가깝습니다. 축구, 등산, 여행, 다이어트에서 처럼 재미있는 결과는 그 일을 하는 동안 아주 가끔씩만 있어요. 대부분 이 결과를 위해 고된 문제를 푸는 고통의 시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재미를 기대하고 어떤 일을 선택했다가는 문제를 풀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 거예요. 그렇게 물경력이 만들어져 갑니다. 큰 문제를 풀어 재미와 보람을 느낀 사람들도 그 결과까지 이르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고 이야기합니다. 입을 모아서요.
그래서 저는 재미를 찾아 커리어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결국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지금 하는 일은 막상 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저 또한 덕업일치를 꿈꾸며 이직을 해 보았지만 회사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항상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가끔 문제를 풀었을 때는 재미있었어요. 문제가 인풋이고, 재미는 아웃풋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커리어의 방향을 정할 때 ‘재미있어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풀었을 때 보람이 있을 것 같은 문제’를 잘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커리어는 문제 해결의 역사이고, 우리는 일하면서 문제를 피할 수 없고, 그렇다면 어려움과 고통이 있더라도 어떤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풀어볼 지 결정하는 것이 결국 우리가 선택 할 수 있는 전부니까요.
그래서 커리어의 방향을 고민 할 때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나?’가 아니라 ‘생각보다 힘든데 풀었을 때 보람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도 득점의 짜릿함보다 거친 수비를 뚫어내는 문제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아무리 높은 산을 오른 등산가라도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멋진 풍경을 감상한 시간보다 어깨를 짓누르는 중력이라는 문제와 씨름한 시간이 더 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