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팀원을 채용할 때 자격증이나 공모전과 같은 소위 ‘스펙’이라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학력도 크게 신경 써서 보지 않아요. 10년 가까이 채용하고 일을 하며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 잘하는 팀원은 스펙이나 학력, 수상 경력과 무관합니다.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취업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물론 포트폴리오를 통해 지원자의 기술과 역량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포지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채용을 하는 팀장 입장에서 대부분의 포트폴리오에는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숫자들만 나열되어 있거나 본인이 일부 참여한 프로젝트가 마치 본인의 단독 결과물인 것처럼 과장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화려함으로 눈을 속이는 포트폴리오도 이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스펙과 포트폴리오 모두 참고만 하는 정도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가 팀원 채용에서 집요하게 확인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지원자의 문제 해결 경험입니다. 이 또한 일을 하며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일 잘하는 팀원들은 모두 훌륭한 문제 해결사들입니다.
저는 문제 해결과 극복의 경험이 많은 지원자와 일 하고 싶습니다. 특히 신입, 주니어 팀원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경력직과 같은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든 신입 팀원에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훌륭한 태도가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연히 보게 된 스노우폭스 창업자 김승호 회장의 릴스 영상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날 김승호 회장이 백화점에 갔는데 주차 안내 요원의 태도가 너무 좋아 그날 입사 제안을 했다고 해요. 그런데 그 주차 요원은 그날 하루 동안 백화점에 방문한 기업의 대표들에게 비슷한 제안을 이미 여러 번 받았다고 합니다.
JYP의 수장 박진영 님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JYP에서는 아이돌 연습생을 뽑을 때 실력보다 태도를 먼저 본다고 합니다. 실력과 기술은 가르치면 되는 반면 태도는 가르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태도가 아이돌로서의 성공에 실력보다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해요.
좋은 태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수없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취준생이나 주니어들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손으로 직접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은 회사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태도 중 하나입니다. 이런 태도만 있다면 당장 기술이나 지식,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경험만 차곡차곡 쌓이면 누구보다 빨리 일 잘하는 팀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방법을 찾고, 도움을 구하고, 부족한 것은 배워서 끝내 문제를 극복할 것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이미 증명했으니까요.
취준생이나 주니어들에게 필요한 경험도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어요. 직원을 채용하는 팀장 입장에서 신입 직원에게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박진영 님과 비슷한 입장이에요. 스펙과 포트폴리오가 좋다고 그 지원자를 채용하진 않지만, 좋은 태도를 증명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면 채용하고 싶어요.
누군가는 ‘문제 해결 경험’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습니다.
회사에서 인턴을 하며 취업을 희망하는 영역에서 직접 문제를 찾고 풀어본 경험이 있다면 좋겠지만, 꼭 그럴 필요도 없어요. 우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학교를 다니면서도,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다양한 문제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친구 관계나 가족 관계에서도 어려운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즐거움을 찾는 동아리에서도 의무를 다하는 군대에서도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에서도 남들은 찾지 못하는 문제를 찾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제가 뽑았던 팀원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여기서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볼까 해요. (익명 보장을 위해 적절히 각색했습니다)
한 명은 취업 준비를 하면서 화장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해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제품의 진열 위치와 방법을 익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존의 진열 방법이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고객의 입장이었던 그녀는 매니저에게 며칠 동안만 상품의 진열 위치를 바꿔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아르바이트생이 없었던 매니저는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며칠간 진열 위치를 바꿨는데, 하루에 두세 명이 그 상품을 더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그런 제안을 굳이 하지 않았어도 월급을 받는데 문제가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월급과 함께 남들은 찾지 않았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팀원은 채용 후 일잘러가 되었어요.
어떤 팀원은 취업 전에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차가 들어오면 주유를 하고 계산을 하는 일이에요. 주유소 사장님은 주유를 하면서 기름과 함께 넣는 엔진 첨가제를 같이 팔아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일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아무도 첨가제를 팔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당연한 듯 기름만 넣고, 계산을 하고 고객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약간의 노력으로 엔진 첨가제를 놀라울 정도로 많이 팔았습니다. 그가 했던 일은 단순합니다. 그저 주유소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엔진 첨가제도 함께 넣지 않겠냐고 권했던 것이 전부였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시도한 것 만으로 두둑한 보너스와 함께, 이 이야기로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역시 그는 지금도 알아주는 일잘러로 일 하고 있습니다.
참 신기하죠. 채용한 팀원들의 스펙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요. 그들이 살면서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