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게임에서는 포켓몬 마스터가 가장 훌륭한 커리어가 되듯, 저는 경력이란 ‘문제 해결’이라는 경험의 역사라고 생각해요. 높은 가치를 가진 커리어에는 남들은 풀지 못한 난이도 높은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꼭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직원들의 문제 해결 경험을 사는 것(buy)이라 믿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경험의 역사에서 ‘숫자’에 집착하는 실수를 합니다. 단순히 ‘긴 역사’나 ‘많은 경험’에 집중하면 단조로운 커리어가 되어 버리는데도요. ‘10년 동안 마케팅을 한’, ‘다양한 회사에 다녀 본’,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본’과 같은 수식어가 커리어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수식어가 많은 이력서에서 볼 수 있는 너무 흔한 것이기도 하고요.
이는 마치 ‘나는 포켓몬 게임을 10년이나 했어’, ‘나는 포켓몬을 100마리나 잡아봤어’라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10년 동안 포켓몬 게임의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포켓몬 마스터가 되어보지 못했다면 10년의 의미에 경쟁력이 없을 거에요. 만약 100마리의 포켓몬을 잡는 동안 ‘전설의 포켓몬’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면 ‘100마리’라는 숫자의 의미가 옅어집니다.
단순히 10년을 일하고, 100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더라도 스스로 어려운 문제를 찾아 도전하여 해결해 본 경험이 없다면 그 숫자의 의미는 퇴색됩니다.
게임에서 문제를 풀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듯 커리어라는 경험의 역사에서도 문제 해결 경험이 중요합니다. 이 간단한 원리가 커리어에서는 쉽게 잊혀져요. 회사가 사고 싶은 경험은 10년의 플레이 경험이나 100마리의 포켓몬 수집 경험이 아니라 ‘포켓몬 마스터'가 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했던 수많은 난제의 역사입니다. 그래서 저는 커리어에서도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포켓몬스터 게임에서도 '관장'이라는 문제를 풀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 가는 것처럼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해요. 커리어는 문제 해결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얼마나 오래 그 일을 했는지보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해결한 문제의 경험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라는 막연한 질문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어떤 일이 나에게 특별한 문제 해결 경험을 줄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커리어의 여정을 걸어가다보면 이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아 당장 다음 발을 어디에 내디뎌야 하는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때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다음 걸음을 잘 밟고 가는 것이 좋다고 믿어요.
그럼 좋은 걸음은 무엇일까요?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일들 중에 도전해 볼 만 한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그 문제를 풀고 나면 조금 더 어려운 다음 발자국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한 발자국 씩 걸어가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던 커리어의 여정에서 어느덧 도착점 근처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포켓몬 게임 속의 지우나 플레이어도 12개 지역의 체육관 관장이라는 문제를 풀다보면 어느덧 포켓몬 마스터가 되어 있는 것 처럼요.
문제 해결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요? 괜찮아요. 체육관 관장들이 항상 도전에 열려있듯 기회는 많기 때문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도전에 실패했다고 첫 번째 마을에만 머물러 있으면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멋진 포켓몬들을 만날 수 없어요. 포켓몬스터 이야기의 첫 번째 마을에서 10년 동안 100마리의 포켓몬을 잡더라도요.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민망해 하거나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어요. 한번에 체육관 관장을 이기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지우도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포켓몬 마스터가 되었어요. 그저 도전 할 때마다 잘 기억하고 해결해 나가면 됩니다. 이번에 풀어야 하는 관장의 공격 패턴과 나의 약점을요.